청어 이야기

2010.04.03 전원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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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국 북해에서는 청어가 많이 잡히지만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.
청어를 산 채로 런던까지 가져가는 일이 어려운 탓이었다.
어부들은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워낙 성질이 급한 청어는
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죽어버리기 일쑤였다.
그러나 유독 한 어부의 청어만은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.

신기하게 여긴 동료들은 그에게 비법을 알려 달라고 졸랐고
마침내 그 어부는 입을 열었다.
“나는 청어 잡은 통에 메기 한 마리씩 집어넣습니다.”
동료들은 되물었다. “그럼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지 않습니까?”

그 어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.
“물론이죠. 그러나 놈이 잡아먹는 청어는 고작 몇 마리입니다.
남은 수백 마리의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
런던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도 발버둥을 치며 도망쳐 다니지요.”
메기는 청어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였지만
결국 그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몸부림이 청어를 살아남게 한 것이었다.

우리네 인생사도 따지고 보면 청어와 같지 않을까 싶다.
우리를 죽일 것만 같은 고난이 때로는 첩첩산중으로 다가오지만
결국 우리는 그 고난 때문에 지금도 숨쉬고 있는 것은 아닌지 
생각하게 된다.

  2010. 4.  부활절을 맞이하며,,, / 빌  립